Abbey Road – 비틀즈의 발자국을 처음으로 밟다 | Meet the Beatles (1)

2018년 가을, 런던 여행 중 직접 방문한 Abbey Road. 비틀즈의 상징적인 횡단보도를 실제로 걸으며, 스튜디오와 샵을 둘러본 경험을 담았다. 첫 해외여행이자 첫 유럽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Abbey Road – 비틀즈의 발자국을 처음으로 밟다 | Meet the Beatles (1)

2018년 가을, 대학 시절 뜻밖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라트비아라는 낯선 나라로 교환학생을 떠나게 된 것이다. 유럽이라는 대륙을 처음 밟는다는 설렘 속에서, 나는 입국 전 일주일의 여유를 내어 영국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첫 해외여행, 그것도 혼자.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지만, 마음속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Abbey Road였다.

The Beatles - Abbey Road 앨범 커버
Abbey Road.

학창 시절부터 비틀즈를 동경해 왔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았고, 가끔은 낡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에 취해 혼자만의 상상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그들이 걸었던 횡단보도를 나도 걸어보리라 다짐했었다.

처음 계획은 리버풀까지 가보는 것이었다. 비틀즈의 고향. 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도시. 하지만 낯선 땅에서의 첫 여행은 생각보다 조심스러웠다. 아무런 정보도, 계획도 없이 떠난 만큼 런던 하나만 제대로 돌아보는 것도 벅찰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리버풀을 다음 기회로 미루며, 런던에만 머물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 '다음'은 결국 오지 않았지만.

런던 히드로 공항 근처에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이 여행에서만큼은 첫 숙소를 특별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공항 근처, 평점이 높고 시설이 좋은 호텔을 골랐다.
1박에 20만 원이 넘는 럭셔리 호텔. 당시엔 큰맘 먹은 선택이었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호텔 리셉션 풍경.  Novotel London Heathrow T1 T2&T3
호텔 리셉션 풍경. Novotel London Heathrow T1 T2&T3

객실 문을 열자 포근한 조명이 방 안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새하얀 침대 린넨, 무거운 커튼, 그리고 푹신한 카펫까지… 처음 밟는 유럽 땅에서, 이토록 안락한 밤을 보낼 수 있다니...

호텔 객실 사진
객실 사진. 아쉽게도 직접 찍은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 호텔 측이 제공해준 사진으로 대체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땐, 몸이 바닥처럼 가라앉았다. 하지만 머릿속은 점점 또렷해졌다.

아, 내가 진짜 런던에 도착했구나.
내가 좋아하던 음악과 영화, 책 속의 그 도시.
이 낯선 도시에, 혼자, 이제 막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마음속에 하나의 장소가 자꾸 떠올랐다.
Abbey Road.
비틀즈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그 거리.
그 길을 걷는 순간, 나는 어떤 기분일까.

하지만 그곳에 가게 되는 건 조금 더 시간이 흐른 3일째 되는 날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여행 전체 중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날이 되었다.

계획보다 조금 늦었지만,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세인트 존스 우드 역에 내렸다. 역에서 나와 몇 분 걸으니 익숙한 횡단보도가 보였다. 사진이나 영상에서 많이 봤던 그 장면 그대로였다. 교차로 한가운데, 하얀 줄 네 개. 그 위를 사람들이 오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Abbey Road가 보이는 셀피 사진
Abbey Road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인증샷

혼자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가 문제였다. 이 곳 까지 왔는데 셀카만 찍고 갈 수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난 삼각대도 없었고 동행도 없었다.

그때 어떤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 두명이 다가와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한동안 멀뚱하게 바라만보다, 그제서야 내가 중국인인 줄 알고 중국어로 먼저 말한 거라는 걸 알아챘다.

“Sorry, I'm Korean ”라고 말하자, 그제야 영어로 바꾸며 말을 해 주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었고, 흔쾌히 찍어줬다. 그 후 자연스럽게 나도 사진을 부탁했고, 그들도 몇 장 잘 찍어줬다.

횡단보도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포즈를 바꿔가며 시도했는데, 차가 많이 다녀서 타이밍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결국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얻었다.

Abbey Road에서 촬영한 횡단보도 건너는 사진
본문 표지사진에도 쓰인 그 사진. 정확히 가운데서 찍어서 마음에 들었다.

사진을 찍은 후에는 바로 앞에 있는 Abbey Road Studios와 그 옆의 샵에 들렀다. 스튜디오 외벽에는 낙서가 굉장히 많았다. 다양한 언어로 된 메시지, 싸인, 날짜 등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스튜디오는 일반인이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입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샵은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었다. 비틀즈 관련 굿즈가 다양했고, 앨범 커버를 활용한 머그컵, 티셔츠, 엽서, 자석 등이 있었는데, 나는 엽서 한 장과 자석 하나, 그리고 다이어리와 펜을 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다음으로는 London Beatles Store 라는 곳으로 갔다. 위 Abbey Road Studio에 있는 샵과는 또다른 곳이다. 버스타고 20분 정도는 이동했던 것 같다.

Abbey Road는 런던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보고, 직접 걸어본 경험은 꽤 인상 깊었다.
리버풀에는 결국 가지 못했지만, 런던 안에서 비틀즈의 흔적을 잠깐이라도 느낄수 있었던 하루였다.


2018.08.23 (목) 런던 여행 3일차. Abbey Road 방문기